자유게시판백반증 환우로서 겪은 어떤 날의 이야기

스팟맨
2025-11-1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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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는 백반증을 가지고 있습니다.
그리고 며칠 전, 평소처럼 다니던 수영장에서 꽤 불편한 일을 겪었습니다.

옷을 갈아입고 있는데, 멀리서 한 노인이 제 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.
바지를 내릴 때도, 티셔츠를 벗을 때도, 심지어 속옷을 갈아입을 때도 시선을 거두지 않더군요.
솔직히 많이 불편하고, 무례하다고 느껴졌습니다.

그러다 그분이 다가와서 말했습니다.
“어이, 거기 손은 왜 그래?”

백반증이라고 말하고 자리를 피했지만, 한 시간 내내 수영을 하면서도 그 질문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습니다.
‘왜 물어봤지?’
‘몰라서였나? 그냥 호기심인가? 아니면 무례함인가?’
수영을 마치고 나오니, 그는 또 그 자리에 있었고 이번엔 더 가까이 다가와 말했습니다.

“와, 백반증이라고? 근데 얼굴엔 없네?”

그 순간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습니다.
‘이걸 그냥 넘어가야 하나? 한마디 해야 하나?’
참으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수십 번의 감정이 소용돌이쳤습니다.

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생각했습니다.
‘내가 좀 더 친절하게 설명했어야 했나?’
‘아니면 무례함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어야 했나?’

그러다 문득 떠오른 문장이 있었습니다.


“현자는 화살을 한 번 맞지만, 어리석은 자는 화살을 두 번 맞는다.”


그 노인의 행동은 분명 무례였습니다.
하지만 두 번째 화살은 제가 스스로 제게 날린 것이었습니다.
그 상황을 반복해서 떠올리며, 제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든 건 결국 저였으니까요.

사실 저는 ‘스팟맨’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를 합니다.
백반증 환우들에게 “자신감을 가지세요”라고 늘 외치고 있죠.
그런데 어쩌면… 그 말은 타인에게가 아니라, 제 자신에게 가장 필요했던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.

백반증을 모르는 사람들의 무지함은 때때로 상처가 됩니다.
하지만 그 상처가 우리 안에서 계속 자라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,
그게 우리가 지켜야 할 마음의 방패가 아닐까요?

그래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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